학교 <현대미술분석및실습> 수업에서 두 개의 비평문 과제를 받았다. '자신이 인상깊게 본 전시'와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작품' 1개씩을 골라 각각 4000자 분량의 비평문을 작성하는 것이 과제다. 이 과제를 미루고 미루다 결국 기한보다 늦게, '제출만' 했다. 부끄러웠지만, 전시를 관람하고-비평문을 작성하고-학우들과 크리틱을 듣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비평문과 같은 논리적인 글쓰기와 친하게 지내야겠다. 논리적인 글쓰기는 생각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방법이다. 하나의 글 한편에 하나의 주장을 담아 소제목 없이 자연스럽게 생각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평문을 쓰면서, 그간 단순한 정보 전달을 목표로 하는 글만 편식해 왔다는 걸 깨달았다. 빠르고 간결할 것을 요구하는 Lean Startup에 도취되어 있어서일까, 강조된 소제목과 이미지, 도표로 최대한 빠르게 지식을 주입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처음으로 공을 들여 글쓰기를 했던 경험은 대입 자기소개서였다. 그 때 나는 글쓰기에서 겸손한 척을 하는 것에 집중했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거 조금 해 봤는데 재밌어서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식으로. 그 글을 쓰면서 정말 재미 없었다. 잘난 척 하는 걸 좋아했는데 어려운 말을 쓰면서 아는 척을 할 수 없었으니까. 그로부터 2년이 지나고,, 드디어 아는 척을 한껏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래서 전시 비평에 쓸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왕복 4시간 거리의 미술관을 연속 이틀이나!! 다녀왔다. 그런데 글을 쓰려고 노트를 펼쳐보니 내가 노트에 메모해온 내용은 모두 밀도 없는 내용,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어쭙잖게 키워드만 적어놓은 것 같았다.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쓰려고 보니 막상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제시된 분량인 4000자를 채우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글쓰기는 내가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을 돕는다.
흠.
겨울방학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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