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에 군 복무를 시작하려 했으나 일정이 꼬여서 내년에 가게 됨. 2학년을 마친 나는 '오히려 좋아'를 외치며 진로탐색을 위해 시간을 쓰기로 했다. 자율전공으로 2년을 보내고, 올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캠프를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일관된 관심사와 방향을 이해하게 되었다. 기술로 예술(문화)를 풀어내는 것.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세종시에 있는 우리 학교는 덜 빡센 분위기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기는 좋았으나 주변 인프라와 커뮤니티가 부족하다는 점, 디자인과를 제외하고는 아쉬운 네트워크 파워가 걸려서 편입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무슨 과로 편입해야 할지는 감이 안 잡히는 바, 진로 탐색에 시간을 좀 쏟기로 했다. 또, 빠르게 굳어가는 문화에 대한 나의 인식을 좀 말랑말랑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해외 학부 편입이 되면 아주 땡큐라는 생각이 있다. 하지만 정보도 없고 방향에 대한 생각도 없음. 학위에 대한 관심보다는 주위 사람들이나 내가 경험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 편입에 대한 생각은 있는데, 지금 자율전공으로 아주 자유로운 공부와 활동을 만족하면서 하고 있기 때문에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는 학과로 편입해서 남은 2년을 고생하며 보내고 싶지는 않은.. 아주 어려운 밸런스 게임이다.
그래서 일단은 개인 프로젝트와 진로탐색을 해 보기로 한다. 그러나 루틴을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은 방 청소와 빨래 따위의 일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규칙적인 삶을 만들어 가려고 하고, 오후 10시에 응서-효림과 함께하는 줌 모각코 시간이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
나는 디자인 개발자가 되고 싶다. 알고리즘 디자인이던 제네레이티브 디자인이던 메타버스 디자인이던,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감성적(이라고 불릴 만큼 복잡스런) 영향을 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어떤 application으로 어떤 업종에서, 누구와 일하게 될 지는 하나도 감이 안 온다. 그리고 어떤 툴을 가지고 작업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ML이 될까? 아니면 내가 공부해놓은 지식에서 뽑아 쓰게 될까?
세상이 변화하는 흐름을 잘 타서 한탕 하고 싶다. 아직 정립되지 않은 분야에 들어가서 구축을 위한 공부를 하며 새로운 기준을 쌓아 나가고 싶다. 산업 생태계의 동료들이 참고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디자인 씽킹'이론 같은 걸 말이다. 아니면 도널드 노먼처럼 유명한 사상들을 남긴다던지.. 또는 디터 람스처럼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을 정의하는 것도 굉장히 뿌듯할 것이다. 어쨌든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캐치하거나, 내가 그 기술을 개발하여 새로운 디자인 미학을 정리하고 시대의 변화를 몸소 체험하고 싶다. 정말 필요한 사람이 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그러나.... 아직 당장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정량적 지표가 없으니 불만족스러운 날들이 많고 힘들다. 힘든 상태가 반복되다 보면 지치고... 정량적 지표와 커리어 스텝이 필요하다. 아 그림 그려 봐야지.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설명할 Readme 를 만들고 업데이트해나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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