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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리바이 세미나 후기

세미나 화면 캡쳐.

몇주 전, 친구 수연이가 열어 준 친친소에서 뵙게 된 스타 마케터 용훈(리바이)님. 친친소 자리에 앉자 마자 내 더듬이로(?)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범상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더 알고 싶었다. 최근 우연히 그의 페이스북 피드에서 본인이 진행하는 세미나 홍보글을 보았다. 성동구일자리카페에서 '진로-취업' 타이틀을 걸고 주최하는 것이었지만, 나는 그냥 용훈님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서 신청했다. 

 

정말 inspiring 한 세미나였다. 여느 강의와 같이 연사가 소개해준 벅찬 삶의 궤적도 나의 가슴을 뛰게 했지만, 무엇보다 내가 공감하고 깨달을 수 있는 꼭지가 많았다. '내적 동질감' 비슷한 걸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마케팅은 실행력’이라면서, 그는 자신이 스타트업의 마케팅 책임자로서 해내온  많은 프로젝트들을 소개했다.  저예산과 부족한 리소스를 극복한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그가 ‘살아있는 기획’을 해 왔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작년 기획안에서 연도만 바꿔서 제출하는 중-고등학교의 일처리에 신물이 났던 나는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재밌는 무언가를 새로 설계하고 싶어했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새로운 유행과 소통 방식이 나오는데, 나는 최대한 그런 변화에 반응하는 기획을 하려 했다. 살아있는 기획자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리바이님의 프로젝트들을 보면서 ‘내적 동질감’을 느꼈고, 나도 내 경험들을 가치로 바꿔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사회에서 생존하는 법

영화 <머니볼>의 장면. 유튜브 채널 '방 영화 - B Cine' 화면 캡쳐.

리바이님은 영화 <머니볼>의 협상 클립을 가지고 왔다. 야구팀의 단장이 구단주에게 선수 영입을 위한 예산을 줄 것을 요구하는 장면이었다. 그들이 하위권 팀이라 돈이 없다고 말하는 구단주에게 단장은 "나는 여기에 팀의 우승을 위해 왔다. 내 목표는 거기에 있다."라고 말한다. 영화 클립을 보여주면서, 리바이님은 '높은 완성도, 최고의 결과물을 위해 스스로와 타협하지 말 것'을 말했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티스트의 포지션에 있지 않은 이상 조직 안에서 완벽을 추구하기는 정말 어렵다. 아티스트의 포지션이란 실험과 숙고를 위한 시간을 인정받는 포지션을 말한다. 그렇지 않은 이상 타이트한 기한에 맞춰 '빨리빨리' 해내야 한다. '살아있는 무언가'를 만들겠다고 리서치를 하고 마인드 맵을 그리고 있으면, 미친놈 소리를 듣기 딱 좋다.

 

용훈님은 그의 닉네임 '리바이'를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성격은 정말 더럽지만 한 세기에 나올까 말까 한 실력으로 성격을 커버하는 등장인물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설명했다. 나는 이 닉네임이 그가 각박한 현실의 아티스트로서 나름의 생존법을 찾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표라고 생각한다. 마찰을 빚지만 결국 결과로 눌러버리는 거 아닐까. 사회인으로 살아가려면 업무 능력 외에도 정말 많은 능력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립서비스 같은 것이 그렇다. 무슨 메세지를 전하려 하던지 상대의 기분이 좋도록 포장해서 전달해야 한다. 말 토씨 하나도 선을 넘어서는 안 되고 예절에 민감해야 한다. 문득 동네 형같은 담백한 언어를 사용하던 '광고천재' 이제석님이 떠오른다. 용훈님은 그의 '이제석광고연구소' 출신이기도 하다. 내가 작년 말 운좋게 참석한 '이제석 세미나'에서 제석님은 허세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어렸을 땐 주목을 받으니 허세에 빠졌다가 그게 스스로에게 독이 된다는 걸 깨닫고는 허세 같은 걸 부리지 않는다고. 그의 화법에서 그것이 진심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 '격식 있어 보이는' 언어를 고르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가장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일상어에 메시지를 담아 전한다. 김용훈과 이제석, 두 사람을 보고 '저렇게 하면 되겠다.' 싶었다.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 제가 투 머치 열정이라서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죄송합니다..." 라고 자조적인 농담을 던지지 않아도, 퀄러티 있는 결과물을 보여주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결국은 진정성에 공감해주지 않을까.

 


나에겐 멘토가 필요하다.

SBS아카데미 주최, 이제석 세미나. 2019년 11월

 

리바이님을 처음 뵈었을 때, 이제석광고연구소 출신이라고 말씀하셔서 나는 너무 궁금했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종종 '광고천재 이제석'의 작품들을 보여주시곤 하셨다. 그가 매체를 통해 아이디어를 풀어내는 것에 감탄했고, 나도 그런 작품들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중학생 때까지 줄곧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진로희망에 적었다. 친구 정민이는 내가 중학교 스피치 대회에서 "I will change the world as a creative director."라고 했던 것을 요즘도 가끔 입에 올리곤 한다. 그래서 이번 세미나 자리를 빌려 용훈님께 제석님과 같이 일하게 된 계기를 질문했다. 2014년 제석님이 한국에 들어와 '재능기부센터'라는 이름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팀을 꾸렸을 때 참여했고, 실력을 인정받아 스카웃된 것이라고 했다. '연봉 1200의 공장 소속 디자이너' 였던 리바이님은 당시 '스타 광고인'이던 제석님을 워낙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같이 일을 해 볼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워딩을 쓴다: '이제석광고연구소에 들어가 이제석님의 밑에서 수련한 뒤 하산했다'. 성장을 위해 멘토의 존재는 꼭 필요한 것 같다. 한 세미나 청중이 이런 질문을 했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 가는 게 괜찮을까요?" 리바이는 답했다: "작은 스타트업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게 분명히 있죠. 그렇지만 사수가 없는 곳은 절대 가지 마세요." 아, 옆에서 하나하나 가르쳐 줄 사수(senior)가 중요하구나. 나는 혼자 분야를 개척해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곤 하는데, 내가 독립 예술가가 되지 않는 이상 멘토를 찾는 게 맞는 것 같다. 내가 커리어 패스를 만들고 싶은 분야의 멘토들을 물색해야겠다.

 


수연이가 왜 인턴을 하려고 하는지 알겠다

용훈님을 처음 나에게 소개해 준 수연이는 나랑 동갑이다. 대학 2학년이고. 비즈니스, 특히 마케팅과 그로스해킹에 관심이 있는 그녀는 이번 방학 때 인턴으로 일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얼마 전 같이 저녁을 먹다가 그 말을 들었다. "그(종한)는 인턴 할 생각 없습니까"라고 묻는 말에 나는 학교에서 조금 더 지식을 쌓고 싶다고 말했었다. 이 세미나를 들으면서, 그녀가 당장 인턴을 하려고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이 분야(마케팅)에서는 결국 실천이 중요하고, 머리로 아는 것보다 현장에서 실행 경험을 쌓는 것이 백배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매일 새로운 분석 도구가 등장하고, 그건 대학이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연이가 그런 확신을 가지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며 DB를 업데이트하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작년 자율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해 다양한 경험들을 하고 이제 무엇에 집중해야 할 지 윤곽을 그리고 있으니, 이 속도를 유지한 채 나아가면 될 것 같다. 나도 인턴이던 랩 생활이던 어떤 대회나 프로젝트이던 최적의 길을 잘 찾아갈 거라 믿는다. No rush bae:)

 


희망

세미나에서 얻은 건 '희망'이다. 용훈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나도 온전한 나의 존재로 살아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용훈님은 '굿닥'의 아주 잘나가던 브랜딩 마케터에서 퍼포먼스 마케터 옮긴 이유를 "브랜드 마케팅을 해볼만큼 해봐서" 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업무에 지치지 않냐는 질문에 "저는 제 작품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서 외부 요인에 의해 지치지 않아요." 라고 답변했다. 스스로가 중심이 되어서 일하는 사람이 있구나. 실력이 있으면 되는구나. (급 전개)그러면 나도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 희망을 얻었다. 그래서 신난다.

 

 

 

 


용훈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연간 김용훈의 브런치 https://brunch.co.kr/@levi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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