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했던 인턴에 떨어져 방황하고 있던 찰나, 응서가 고맙게도 '학습형' 프로젝트를 제안해줬다. 의도적으로 기술 부채를 만들어 나를 학습시키는 프로젝트였다. 7월 13일부터 시작했으니 현재 한달 정도 되었다. 응서는 프로젝트 시작부터 DB MVP 초안을 짜서 보여줬고, 백엔드 개발을 시작해 몇까지 기능에 대한 코드를 작성했으나, 프론트엔드를 맡은 나는 지난 한달 간 휴가를 많이 다녀오며 공부를 거의 하지 못했고, HD의 다른 일들도 신경쓰느라(RED 팀 리서치 등) 개발 공부에 큰 진전이 없었다. 응서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MVP 와이어프레임 하나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다. 급기야 오늘은 리액트 공부를 하다가 '힝 어려워~'라며 찡찡대는 인스타 스토리를 올리는 지경에 다다랐다.
인스타 스토리를 확인한 응서가 밤에 전화를 걸어왔다. "MVP 와이어프레임 다 짰어?" 나는 효림이와 창의적인 기획에 좀 더 시간을 써보자는 얘기를 한 뒤였기 때문에, 응서에게 '일정이 지연되었다. 자꾸 밀려서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응서는 '진짜 간단한 거여도 된다'고 말했다. 수정을 몇번이고 해도 된다고. 이때까지 해준 말은 이전의 전화통화와 회의에서 했던 얘기와 비슷했다. 응서가 '너 너무 비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는 거다. 전에는 어떻게 협업했냐'고 물었고, 내가 혼자 기획하고 개발해본 경험밖에 없다고 하자 응서가 지금 필요한 MVP 와이어프레임은 기본적인 기능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아차 싶었다. 아.. 내가 너무 디자이너 사이드의 와이어프레임을 생각하고 있었구나...
나는 창의적인, 기존의 것과 비주얼적으로/사용자 경험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떠올리고, 거기서 모티베이션을 얻어서 작업해왔다. 이 프로젝트에서도 내 생각은 창의적인 기획 아이디에이션에 단계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개발자도 동시에 일해야 하는 협업 모델에서는 사용자 경험은 아주 나중에 고민하고, 서비스 기능의 뼈대부터 명확히 잡아 개발을 시작하는 것이 옳다. Front 단의 기획을 전부 완료해서(워터폴) 넘기는 것과 가장 뼈대의 기획만 먼저 넘기고 나중에 Front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애자일)의 해야 하는 일의 크기는 어차피 같다는 것이다. 어차피 작업은 뼈대부터 하기 때문에, 나중에 기능을 얹으면 되는 거여서 기획을 모두 완료해서 넘기는 것이 큰 비효율이다.
많이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