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예술가들은 organizer이다.
알고리즘이 추천한 위 영상을 보다가 든 생각이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은 정보가 잘 조직된 것을 의미하고,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는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조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시대별로 유행했던 사운드를 지금 대중이 원하는 방식으로 잘 조직해서 제시하는 것이 작곡가인 찬혁의 역할이었을 것이다. 이 곡이 수록된 악동뮤지션의 정규앨범 <Next Episode>을 들어보면 이선희, IU, 자이언티, 빈지노, 최정훈 등 정말 화려한 피쳐링진이 있다. 한 명의 작곡가가 작업을 도맡았지만 피쳐링 아티스트 각각의 색깔에 완벽하게 찰떡인 곡을 만들어 낸 것이 정말 놀라웠다. 피쳐링 아티스트들에 대한 아주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었을 것이다. 색깔이 널리 알려진 유명한 아티스트는, 다른 창작자에 의해 조직화되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재료들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대중이 받아들이고 분류할 수 있는 개성의 개수에는 제한이 있기 때문에(휘발성 버퍼 메모리는 용량이 넉넉하지 않다) 소수의 아티스트에게 많은 돈이 몰리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한국미술의 DNA를 파헤친다는 개념의 전시를 열고 있다. 김환기의 작품과 그와 매우 유사한 패턴을 가진조선시대의 분청사기를 배치하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한국 현대미술의 뿌리를 찾아간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세련된 전시였다. 김환기-분청사기 외에도, 고구려의 무용도와 이중섭의 그림에서 연관성을 보여준다던지..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연관성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엣지(edge)들을 배치해 놓았다. 이런 조직화된 배치 가 가능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작품 조달 능력이 놀랍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방대한 컬렉션과 개인 소장 작품들, 리움과 가나아트센터 등등 굴지의 미술관에서 작품을 섭외한 힘이 부러웠다.
좋은 조직화를 위해서는 좋은 재료가 먼저 필요하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책을 펴고 지식을 외워 집어넣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결론은...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