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뭔가 잘못되고 있다 (2)
지난 글에서 삶이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징징댔다. 인스타 스토리에 이 글을 캡쳐해서 공유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왠지 모를 민망함에 삭제했지만...)
이 글을 읽었는지, 오늘 친구 정민이가 나에게 고마운 말을 해 줬다. 피상적인 격려나 위로가 아니고, '쓴소리' 같은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생활 꿀팁' 같은 얘기다. 이 친구와 함께하는 <새벽반>의 오늘 대화 세션에서 발제된 주제는 "아침형 인간과 새벽형 인간".
매번 대단한 분석이라도 한 것처럼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박종한, "해가 떠 있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구분한 아침 / 새벽보단 네가 말한 대로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시간대인지 아닌지가 더 큰 요인인 것 같다"라고 말하자.. 대화 주제가 바뀌었다. "연결됨."
정민이 말했다.
내 생각은, 우리가 너무 많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경향에 영향을 받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어. 사실 밤이란 시간에 내가 네트워크와 함께하지 않는다면 누구보다 명료한 나날을 보낼 수 있고 실제로 그랬던 시기가 있거든.
나 역시 연결되지 않은 시간을 즐긴다.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집중하는 일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 딱 물속에서 수영할 때의 느낌이 난다. 청각과 평형 감각이 마비되고 호흡에 집중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요즘은 '연결되지 않기 좋은' 시간대인 새벽에도, 일을 한답시고 노트북을 펴놓은 채 수시로 인스타그램 피드를 새로고침하곤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나는 정민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일이 안 풀려서 불안할 때,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정민과 나는 전에도 인스타그램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은 적이 몇 번 있는데, 정민은 내 말을 듣고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두고 열심히 사는 척 하는 거라고 이야기했던 거군!' 이라고 말했다. 윽.. 다 들켜버렸다.
정민은 말했다.
우리는 계속 연결이 된 상태로 성장을 해야 하지만.. 최근에는 혼자 그냥 좋아서 하게 되는 일들이 오히려 삶에 윤기를 더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강박이 있다면 좋아하는 거가 뭔지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아.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그냥 요즘은 아무도 안 보여줄 게,
그걸 많이 만들어야 할 것 같아.
일, 러닝을 제외하고 '성장과 발전' 같은 것에서 자유로운 취미가 있어? 라는 그의 질문에 나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어,,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답할 거 진짜 많았었는데. 요즘은 그런 걸 많이 잃어버린 것 같다. 동네를 탐험하다 잘 부서지는 돌멩이를 하나 찾아선 뗀석기를 만들고, 나무 열매를 찧어서 요리 놀이를 하던 10살 때부터, 기타를 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악보 작성 프로그램의 기계음으로 곡을 만들어내던 초등학교 6학년 시절, 'jonghanparkart'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멋대로 포토샵으로 만든 그래픽 작업들을 멋진 척 오지게 하면서 올리던 중학교 시절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난 뭘 만드는 걸 좋아해왔던 것 같다. 남들보다 그럴듯한 걸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 없이, 인스타그램에 자랑하지 않아도 즐거운, 그런 것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
(이왕 말을 꺼냈으니 덧붙이자면)
이제 실천적으로 생각해보자. 내 성격 상, 아예 공개를 안 할수는 없을 것이고, 인스타그램보다는 '조금 느린 매체'를 사용하면 어떨까. 지금 이 글이 있는 블로그처럼 말이다. '좋아요'와 같은 사람들의 반응에 끊임없이 자극을 받도록 설계된 서비스에서 한 발 자국만 벗어나 보자. 단당류의 쩌릿한 단맛도 좋지만,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나오는 다당류의 단맛을 조금 더 건강하다 여기고 추구해 보자! 이런 행위들이 불안함으로부터 자유롭게 해 줄 거라고 믿는다. 연결 중독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하여! 한편 다음 주 화요일에는 '소셜 딜레마'에 대한 토론이 열린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