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Han-Park 2020. 5. 1. 01:26

<오프라이드>채널 유튜브 앱 화면 캡쳐

유튜브에서 1억 넘는 슈퍼카들이 나오는 BBC <Top Gear>영상들을 보다가, 럭셔리 하우스들을 소개하는 영상들로 넘어갔다. 나는 앞으로 어떤 집에 살면 좋을까, 음.. 갤러리아 포레? 나인원 한남? 한남 더힐?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혼자 살기에 몇 평이면 적당할까. 26평 정도면 괜찮으려나? 조금 더 공간이 넓으면 사색할 여유가 더 생기려나? 그래. 그게 럭셔리지. 그러다가 저 댓글을 읽었다.

 

"최고의 환경에서 살아 보시면서 진짜가 뭔지 깨닫게 되시길 바랍니다."

 

머가리를 띵 맞았다. 아 그러네, 럭셔리한 생활 환경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지. 그 희생을 감내할 만큼 저런 것들이 나에게 중요할까? 나는 무엇을 진짜 가치로 두는가?

 

상상해 보자. 나는 50살, 출세했다. 서울의 60평 초고층 아파트에 산다. 내 무의식은 아무런 불안 없는 만족을 느낄 것인가? 지나간 세월들을 되돌아보며, 이런 삶을 얻기 위해 포기해야만 했던 것들을 떠올려본다. 후회나 그리움이 없을까? 무엇을 가장 그리워할 것인가?

 

나는 어떤 존재일 때 스스로를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가?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때이다.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투사가 되어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내고, 발버둥칠 때. 그 때 나는 내가 세상에 쓸모있는 존재라고 여긴다. 아, 물론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어쨌든 그래서 항상 젊었으면 한다. 가진 게 많아 혹시 내 물건들을 잃을까 변화에 대한 생각을 닫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변화를 꿈꾸고,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게 행복할 것 같다.

 

나는 지금도 가끔 그립다. 한국의 교육이 학생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변화해야 한다며, 마치 세상에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듯 고래고래 소리치고 다녔던 고등학생 시절의 내가 그립다. 물론, 이제 나는 안다. 그 때의 내가 학업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내 성적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내 잘못이 아니니, 이 교육이 문제이다"라고 어리석게 극단적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그렇지만 세상에 퍼져 있는 문제들을 풀 능력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여기는 상태는 행복한 것 같다. 그런 상태에 다다르기 위해 공부하는 것 같다.

 

 

1988년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은 대정부 질문에서 이런 말을 남긴다. "적어도 살기가 힘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는 세상이어야 합니다." 

 

럭셔리는 '누구나 얻을 수 없는 것'이라, 내가 얻으면 누군가는 빼앗겨야 한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만큼 자원과 공간을 사용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다 부자인 세상'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이고, 노무현의 저 말이 내 생각을 잘 대변해 주는 것 같다.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다.

 

나는 스물 한 살이고, 대학생이며, 운전도 할 줄 안다. 내가 온전히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지원해 주시는 부모님이 있다. 이제 나는 내 삶의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아니, 선택해야 한다.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떤 기준을 가지고 나를 평가하며,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고, 무엇을 사기 위해 돈을 쓸 것인가?

이런 수백가지의 질문들에 빈칸을 채워 나가야 할 것이다.